詩와 글

유 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초롱꽃.

opal* 2007. 8. 22. 20:35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  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을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초롱꽃

 

                           유 안진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 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볕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