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 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을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초롱꽃
유 안진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 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볕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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