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신 경림 - 목계장터, 떠도는 자의 노래, 갈대.

opal* 2007. 8. 13. 21:43

 

 

목계장터 

                    

                               신 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떠도는 자의 노래 

                                     

                      신 경림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쏱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왔는 지도 모른다

제 세상에 가서도 다시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메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갈 대

                          

                 신 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물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36 충북 중원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5 <<문학예술>>에 시 <낮달>을 추천받아 등단  
1973 시집 <<농무>>로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1987 장시 <<남한강>> 발간  
1989 <<민요기행>> 발간  
대산문학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농무(農舞)> 창작과비평사 1973
시집 <새재> 창작과비평사 1979
시집 <달넘세> 창작과비평사 1985
수필집 <다시 하나가 되라> 어문각 1986
시집 <씻김굿> 나남 1987
시집 <남한강> 창작사 1987
시집 <우리들의 북> 문학세계사 1988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
수필집 <진실의 말 자유의 말> 문학세계사 1988
수필집 <민요기행 1~2> 한길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