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장터
신 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떠도는 자의 노래
신 경림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쏱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왔는 지도 모른다
제 세상에 가서도 다시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메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갈 대
신 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물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36 충북 중원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1955 <<문학예술>>에 시 <낮달>을 추천받아 등단
1973 시집 <<농무>>로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1987 장시 <<남한강>> 발간
1989 <<민요기행>> 발간
대산문학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농무(農舞)> 창작과비평사 1973
시집 <새재> 창작과비평사 1979
시집 <달넘세> 창작과비평사 1985
수필집 <다시 하나가 되라> 어문각 1986
시집 <씻김굿> 나남 1987
시집 <남한강> 창작사 1987
시집 <우리들의 북> 문학세계사 1988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1988
수필집 <진실의 말 자유의 말> 문학세계사 1988
수필집 <민요기행 1~2> 한길사 1989
'詩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 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초롱꽃. (0) | 2007.08.22 |
---|---|
이 생진 - 바다에 오는 이유, 벌레 먹은 나뭇잎, 구름, 바다로 가는 길. (0) | 2007.08.17 |
이 외수 - 8 월, 그대여, 놀. (0) | 2007.08.12 |
정 호승 - 부치지 않은 편지,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길, 추억이 없 (0) | 2007.08.08 |
조 병화 - 구 름, 작은 들꽃, 추억. (0) | 2007.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