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오 규원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나무에게.

opal* 2007. 9. 3. 10:34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 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나무에게

 

                        오 규원

 

물의 눈인 꽃과

물의 손인 잎사귀와

물의 영혼인 그림자와

나무여

너는 불의 꿈인 꽃과

이 지구의 춤인 바람과

오늘은 어디에서 만나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오느냐

 

 

 

1941 경남 밀양 출생.  
       동아대 법학과 졸업.  
1968 <현대문학>에 시<몇 개의 현상>이 추천되어 등단.  
1982 현대문학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분명한 사건(事件)>    한림출판사  1971
시집 <순례(巡禮)>    민음사  1973
시집 <사랑의 기교(技巧)>    민음사  1975
시집 <왕자(王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 지성사  1978
시집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抒情詩)>    문학과 지성사  1981
시집 <희망 만들며 살기>    지식산업사  1985
시집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    문학과 지성사  1987
수필집 <아름다운 것은 지상에 잠시만 머문다>    문학사상사  1987
시집 <하늘 아래의 생(生)>    문학과 비평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