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寫眞

남원 고리봉

opal* 2007. 12. 13. 23:21

 

 06:00. 출발하여 충청도까지는 괜찮던 날씨가 익산 나들목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험상궂다.

남원을 향해 지방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발이 흩날리다 말다 한다.

고리봉 하면 지리산 만복대 위에 있는 백두대간 상의 고리봉이 연상된다.  그러나 남원의 고리봉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고속도로나들목에서 지방도로로 나와 임실을 통과하는 사선대문,

(전북 임실의 사선대(四仙臺)는 네 명의 신선이 놀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오원천烏院川변의 경치 좋은 유원지 이다)

 

 

4시간 40분 걸려 들머리 도착(10:40), 눈발은 그쳤지만 능선을 찾아 오르려니 경사도가 너무 급해 종아리가 땅긴다.

산불이 났었는지 검게 그을린 채 서 있는 나무들이 지리산 제석봉을 연상 시킨다.

경사가 급해 금방 높아진다. 돌아보니 요천 물줄기와 그 위로 지나가는 전라선 철길이 아름답다.

좌측 뒤 강 건너 봉우리들 뒤로 동악산이 높게 보인다. 장거리 산행을 한 번 산행했던 산이라 오랫만에 보니 반갑다.

 

오를 수록 바위가 많다. 좁은 오솔길 따라 오르내리며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눈발이 조금씩 흩날린다.

좌측 멀리 보이던 동악산은 이미 시커먼 구름에 덮여 보이질 않고, 가까운 봉우리들도 모두 흐려진다.

유명세가 없는 산이라 그런지 이정표나 팻말 하나 없다.

작년 3월에 와서 후미에서 걷던 이들은 능선만 따라 걷다가 반대 방향으로 하산을 했단다.

힘들게 헉헉대며 오르고 있는 중에 전화가 와 확인 않고 받으니 오래 전에 들었던 목소리다.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차마 입에 담지못할, 듣기도 거북스런 별의별 소리를 다 하더니 웬 일?

몇 마디 나누는 중 통화권 이탈 지역이라 자동으로 끊긴다, 할 얘기도 없던터에 때 맞춰 도와 준다.

지금 이곳엔 눈이 내려 분위기 좋고 멋지다는 재미있는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힘든 오르막 이 순간, 기분 좋고 발걸음도 가벼웠을 텐데. 남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은 어떨지 잠시 생각해 보며 돌 사이로 능선을 오른다.

 

능선 따라 오르기 두 시간쯤 지났을까?  먼 곳의 산들이 잘 안보일 정도로 어둡고 눈이 휘날린다.

우측으로 표시지가 있어 여기가 고리봉인가 하며 암릉을 한참을 오르내리다 보니

앞서 가던 후미 팀 서너 명이 길이 없다며  되돌아 온다. 그럼 표시지 화살표는? 선두는 어디로?

밧줄을 잡고 어렵게 내려선 길인데 뒤돌아 다시 올라가야 되다니.

후미대장이 교신을 해보나 표시될 만한 것이 없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또 헤메는 건 아닐까?

묘지 이름을 알려주나 능선에 묘지가 한 두기라야 말이지. 되돌아 봉우리 위까지 알바 후 좌측으로 향한다.

 

오후 한시 반, 시장기 느끼는 출출한 배 채우느라 각자 준비한 간식들을 펼치니 보기만해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다.

막걸리와 복분자, 두부, 김치, 떡과 여러가지 과일, 뜨거운 커피, 밥상처럼 넓은 돌 위에 펼쳐 놓고 눈을 맞으며 먹으니

분위기 좋고 맛 또한 일품요리 못지않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내리며 한참을 더 걷고 위험한 바위를 내려서서 이정표를 만났다. 

고리봉 0.5km가 표시된 팻말, 오늘 처음 보는 이정표다. 눈이 잠시 더 세차게 날린다.

산행 시작 세 시간만에 고리봉 정상에 섰다. 해발 708m, 커다란 묘 1기가 정상을 독차지하고 있다.

눈이 내려 기념 촬영도 불편하다, 카메라는 이미 습기가 차 뿌옇게 보인다.

 

바위꽃이 넓게 핀 경사진 젖은 바위에서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찧고,

가파른 흙길 내리막에 또 한 번의 엉덩방아를 찧으며 젖은 장갑에 흙이 묻으니 엉망이다.

손이 시려 안 낄 수도 없고, 장갑 두 개가 모두 젖었다. 젖은 장갑으로 만지니 카메라 꼴도 말이 아니다.

 

고리봉에서 우측으로 가야된다는 말에 밧줄 잡고 힘들게 내려딛고 올라서기를 반복, 암릉의 연속이다. 

 

눈 내려 앉은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느라 자꾸 뒤 쳐진다. 세차던 눈발도 하산 길엔 멎어 준다.

이정표가 없으니 이 능선이 맞는지, 눈이 내려 먼 산이 안 보이니 어디가 어딘지, 감은 안 잡히고,

발자국만 따라 가다 바위를 통과 하는 곳에선 눈도 녹고 흔적이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다 찾아 내려선다.

 

삿갓봉을 가려면 또 올라서야 되는 건 아닌지, 그런데 가다보니 능선 모습이 자꾸 낮아 지고 있다.

삿갓봉까지는 암릉이라 했는데, 바위틈을 걸어오긴 했는데, 잘못 왔으면 어디부터 잘못 된 걸까?

삿갓봉은 어디란 말인가. 임도를 거쳐 포장도로 내려서서 마을 이름을 보니 하산지점 옆 마을이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하니 삿갓봉을 안 거친 것이란다.  다른이들은 삿갓봉을 거쳐 왔어도 벌써 도착해 있었다.

 









산행 중에 만난 이정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한 개밖에 없는 이정표 이다.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야 하는 위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솔가래 숲 오솔길은 발자국이 있어 따라가기 편했는데,


바위 등산로엔 흔적이 보이질 않아 한참을 둘러본 후 찾아 간다.

 

발 딛을 자리도 마땅치 않은 바위 능선. 눈은 서서히 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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