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장성 백암산

opal* 2008. 4. 13. 22:59

 

 늘 함께 하던 팀 무박 산행(진도 동석산)을 접고, 가끔씩 참석하는 타 산악회 당일 산행에 나섰다. 장성 백암산으로.

코스는 남창골을 들머리로 → 입압산과 갓바위봉 타고 원점 회귀, 다시 상왕봉과 백학봉 타고→ 백양사로 하산.

긴 산행 코스지만, 입암산과 갓바위봉은 만산홍엽 계절에 입암산 매표소를 들머리로 장성새재 거쳐 남창골로 산행 했기에 생략하고

오늘은 처녀지인 백암산 만 탈 생각으로 참석했다.

예보대로 기분까지 가라 앉는 잔뜩 흐린 날씨지만 고속도로 주변에 만발한 꽃들로 오히려 기분이 전환된다.

하얀 조팝 꽃, 배꽃, 분홍 복숭아, 수수꽃다리, 벚꽃, 노란 개나리...

차가 달리는 속도따라 흰물결, 분홍물결, 초록 물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산행 들머리 남창골 도착, 여러 색의 현호색이 눈길을 끈다. 긴 산행 팀 1진 따라 오르다 계곡물을 만났다.

계곡사진 담느라 셔터 누르고 등산로 약도 보니 2진 들머리를 지나쳤다. 아뿔사~

차에 있는 총무님께 연락하여 "2진 꼴찌 한 사람 더 있다" 보고한 후 오르던 길 되돌아 내려섰다.

2진 코스는 시인마을 오두막을 끼고 바로 우측으로 돌게 되어있어 들꽃에 신경 쓰느라 못 보았다.

큰 바위 너덜지대를 부지런히 오르니 고맙게도 후미대장님이 기다려 준다. Thank you.~~

여자 일행 중 한 사람 "발에 쥐가 나 도저히 갈 수 없다."며 돌아서서 하산하니 안타깝다.

 

몽계폭포 이정표 앞, 폭포에 들리지말고 그냥 가자는 걸 " 내려가 폭포 구경하고 가겠다" 하고 혼자 내려섰다.

여유롭게 산천 구경 나선 사람인데 그냥 갈 수야 없지 않은가. 일행 보내고 내려가 보니

상왕봉과 사자봉에서 시작된 물이 흘러내리며 모이고 모여 많은 물이 바위 타고 쏟아진다.

조선 선조때 하곡 정운용 학사가 '하곡 석문'이라 바위에 새겨 놓았다는데 글이 보이질 않는다.

 

여러 종의 야생화가 숲 속을 수 놓고 있어 골고루 담고, 나 홀로 산행에 익숙해져 나무되어 얘기 나눈다.

많은 꽃들과 새 잎에서 발하는 향기에 취한다, 어느 향수가 이보다 더 멋질 수가 있을까?

싱그러운 향기와 아름다운 새 소리까지 담고 싶은데 능력 부족으로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몽계폭포에서 1.7km 거리, 산죽 사이로 난 길은 경사도를 급하게 만들며 나무계단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산 위에서 "야호~" 소리 들린다. '도대체 누가 저리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담?'

아차 싶어 생각하니 몽계폭포에서 먼저 떠난 일행이 나를 궁금히 여기는 신호 같아 댓구 하니 조용하다.

이제 겨우 오르막, 초면이라 이름도 닉도 모르는 채 서로를 챙겨주는 일행에게 고마운 신호로 관심을 나눈다. 

 

오래된 나무계단이 꽤 가파르다. 숨은 헉헉, 땀은 줄줄.

옆에 누가 있어 '가위 바위 보' 하며 오르면 힘이 덜 들겠다. 능선 안부 사거리 도착하니 11:50, 1시간 50분 걸렸다.

좌측이 백암산 정상 상왕봉 코스지만, 몸과 맘 그리고 시간까지 여유 있어 우측 사자봉으로 먼저 향했다.

 

사자봉 정상엔 아무도 없고 정상 표지판 혼자 외롭다. 이쪽 저쪽 기웃거리며 낭떠러지 위에서 조망을 즐긴다.

1진 일행이 걷고 있을 갓바위 찾으니 입암산과 형제처럼 나란히 운무 속에 흐릿하다.

흐린 날씨가 야속하다. 내장산은 상왕봉에 가려 보이지 않고 사자봉 방문 기념 한 장 남기기를 가방으로 대신 한다.

 

안부사거리로 내려서서 다시 상왕봉으로 향하니 등산객 한 둘 눈에 띈다.

모서리진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오르니 정상 표지는 없고 등산로 안내판만 서 있다.

숲은 지천으로 핀 진달래들이 채우고 이제야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들 보인다.

내장산 찾으니 여전히 운무에 쌓여 Sky line 만 수줍게 보일동 말똥.

 

정상에서 내려서서 얼레지 군락지 만나 셔터 누르고, 

떠들석한 소리에 쳐다보니 멋진 소나무 두 그루 앞에 기념 남기는 일행들 여럿 보인다.

일행들 먼저 떠나고 소나무 사진 담은 후 능선 따르니 진달래들이 발목 잡으며 어지럽힌다. 꽃 멀미가 난다.

 

암릉으로 연결된 능선따라 바위봉으로 이루어진 백학봉에 이르니 경치가 빼어나다. 오늘의 백미.

발 아래 펼쳐진 백양사와 산야를 바라보며 한 동안 조망 감상, 내려서기 싫어 바위에 앉아 한참을 보냈다.

혼자가 된 자유로움으로 잠시 온전한 휴식을 갖는다.

 

발아래 산에서는 진초록 연두 갖은색 사이로 산 벚꽃 듬성 듬성 잔치를 벌인다.

부드럽게 파스텔 톤으로 채색된 4월의 산이 색으로 얘기 나누잖다.

산벚은 산벚 대로 진달래는 진달래 대로, 꽃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빛갈로 피어난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꽃들의 자세를 배우는 계절이다. 

 

돈 드는 외출 이라지만 이런 외출은 얼마나 행복한가.

맑은 공기는 공짜요 꽃 구경은 거져, 시원한 바람 보너스까지 얻으니.

 

가파르고 긴 철계단 한참을 내려보니 앉아 있던 자리 밑은 깎아지른 아찔한 절벽.

주목 닮은 상록수 비자나무 만나 악수하고 내려와 영천약수 한 모금 마신다.

칸칸에 불 밝힌 여덟폭 병풍 앞의 하얀 입석불 둘러보고 절벽에 기대 앉은 약사암 한쪽 켠,

작은 나무판에 양각으로 조각한 解憂所, 작가의 지극한 정성에 감탄,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전 답사 여행 때 선암사 해우소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능하면 사찰 해우소는 들려 보는 버릇이 있다.

 

전나무나 소나무 대신 비자나무가 군락지를 이루는 곳, 낮은 울타리 사방으로 문이 난 국기단이 이채롭다.

나라에 재앙이 발생했을 때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곳이다.

古佛叢林 白羊寺는 단풍이 아름다워 전에 여러번 들렸던 곳, 추억과 함께 둘러보고 하산 깃점 종점을 향한다.

길가에 늘어선 나이먹은 벚나무, 만발한 꽃이 단풍 못지않게 화려하다. 바람에 가끔 꽃비도 내린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반.

하산 약속시간 다 채우도록 놀며 쉬며 여유로운 하루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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