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재 휴게소 도착하니 (09:10) '울고넘는 박달재' 노래가 흐르고 있다.
요즘은 어느 지역을 가나 시비나 노래비 있어 특징 알리며 지역 홍보를 한다.
전에는 차량 많고 번잡하던 곳이 지금은 구 도로로 변해 한적하다.
단체로 기념 남기고 길 건너 맞은편 산으로 오르니 길이 없어 잠시 우왕좌왕.
금봉이가 박달도령의 장원급제를 위해 빌던 성황당 우측 뒤로 치고 올라 넘으니 길 나타난다.
휴게소를 지나서 오르면 편한 길 있는 걸 몰랐다. 그제 지리산 산행, 어제 하루 쉬고 또 나오니 격일 산행이다.
시원스럽고 멋지게 뻗은 노송 군락지 지나 활엽 숲 속 오르니 여인들 산나물 채취 시작 된다.
재미있어 보여 "도와 줄까?" 했더니 " 아이고 언니, 언니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산나물 채취 경험이 없어 구별 못하니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옹달샘 이정표 지나 다시 된 비알, 도중에 만나는 꽃들이 예뻐 모습 담기 바쁘다.
예쁘게 나오고 안 나오고는 나중 문제, 요즘은 어딜가나 목본, 초본 꽃 세상,
신록과 어우러진 숲이 한결 화려하다.
해발 732m 전망대 봉 오르니 조망이 시원해 잠시 휴식,
이정표 있어 좌측 파랑재 방향으로 발 옮기니 연분홍 산철쭉 터널을 이룬다.
이름 모를 꽃들과 좋은 날씨, 녹음방초 우거진 능선에 바람도 시원하다.
연 초록 잎 넓은 교목 신갈나무 위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새소리 또한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하모니.
아름다운 숲의 향연에 초대되어 같이 동화되니 이 순간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을까?
위대한 자연 속에 소박한 삶 꾸리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환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삶은 축복이라 했던가?
딛고 있는 땅, 들이 마시는 공기가 나를 아우러 주고 있으니 아무렴.
잠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생각으로 주변 환경에 한껏 젖어 새와 얘기 나누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 들린다. "꽃띠 언니~~ 거기 길 맞아요?"
갑자기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완만하게 경사 이루며 이어지는 숲 길, 능선 따라 작은 봉우리 오르내린다.
(새소리가 아름다워 녹음 중인데...)
파랑재(10:35). 넓은 임도로 되어 있고 이정표가 있다. 주론산 3.0km, 베론 성지 3.4km.
안내판에 제 1,2,3 야영장과 가족 야영장이 있는 걸 보면 휴양림으로 적정지 인가 보다.
다시 된 비알, 짧은 거리지만 고개 쳐들면 뒤로 미끄러지는 오르막이다.
어린 떡갈나무 잎 병에 걸려 오그라진 채 붉은 것이 마치 꽃송이 같아 예쁘다.
새로 나온 둥굴레 잎에 구멍 보인다. 벌레에게 제 몸 나누어 주는 작은 식물에게 사랑 배운다.
이 넓은 대 자연 속, 보잘것없는 작은 생명들조차 이렇게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오래된 묘지 1기 주변이 온통 꽃밭이다. 햇볕 잘 드니 키 작은 꽃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산행 시작 처음엔 붓꽃과 제비꽃등 보라색이 주류를 이루더니 여기엔 키 작은 노랑색 천지다.
땅에 붙은 양지꽃, 제비꽃, 뱀딸기, 솜방망이 등은 노랗고,
앙증맞은 봄맞이, 개별꽃, 은방울은 흰색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키 큰 엉겅퀴도 있고 보기 힘든 노랑 붓꽃도 만났다.
된 비알 올라와 휴식 겸 숨 죽여 셔터 누르는데 바람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술궂게 살랑 댄다.
땀 흘릴 땐 고마운데 요럴 땐 정말 야속타.
낑낑대며 올라서서 맞는 바람은 나를 살찌게 한다.
연한 색의 산철쭉 옆에 진분홍 진달래 있어 올 봄 마지막 만남 같아 기념 남긴다.
처음부터 부드러운 육산 걸어 왔는데 바위 몇 덩이 보이더니 주론산 정상(903m) (11:20)
큰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은 별로, 먼저 와 그늘에서 기다리던 후미 대장님 우측 길로 안내한다.
"선두는 좌측으로 갔다가 알바하고 되 돌아와 방금 지나갔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가파르게 떨어진다. 다시 오르내리니 수북이 쌓인 낙엽이 식생 수종 알려준다.
양쪽이 낭떠러지 능선,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온다. 발자국 뗄 때마다 밟혔던 낙엽 날린다.
돌아보니 방금 내려선 산이 나무사이 뾰족하다. 좁은 능선에 늘어선 일행이 유치원생 소풍 모습이다.
산악회마다 특징 있어 이곳은 가족적인 분위기 풍긴다. 나름대로 장단점 있다.
자기 페이스대로 걷되 선두 혼자 달리지 않고 기다렸다 함께하고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한다.
시원한 그늘에서 자연 건강식 쑥 개떡 하나씩 나눈다.
지난 주 명지산 산행에 뜯은 쑥, 떡이 되어 돌아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먹으며 또 신세 진다.
능선에 부는 바람이 여기선 시원해 좋은데 못자리 논 물 마를까 걱정 된다. 가뜩이나 가물었는데.
능선에 간간히 바위 무더기 보인다. 낙엽과 새 잎은 서로 숫자 내기 하는지 서로 많단다.
낙엽은 푹신한 양탄자로 새 잎은 그늘로 도움을 준다.
식물도 어린 생명들 모습이 모두 예쁘고 귀여워 다 담고 싶듯
일행들 나물 하나라도 더 뜯느라 바쁘다. 어떤 이는 더덕 몇 뿌리 캐 들고 "심봤다아 ~~"
구학산 정상(970m), 까맣고 반듯한 정상 석과 통신 시설이 있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강원도 원주 신림면 경계이다.
사방으로의 조망이 좋고 아름다우나 걸어온 주론산과 하산 지점 마을 제외하면 아는 곳이 없다.
사방으로 봉우리들은 많은데... 모르니 자신이 답답하다. 근처에 빽빽한 낙엽송 색이 싱그럽다.
九鶴山 이름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이 산에 아홉 마리 학이 살았는데
어느 날 사방으로 다 날아가고 그 후 이 산 주변에 '鶴 字' 들어가는 지명이 생겨났으니...
신림 방면에 황학동, 상학동, 선학동. 봉양 방면에 학산리, 구학리,. 백운면에 방학리, 운학리.
송학면에 송학산과 충북 영동의 황학산이라 한다.>
정상 주변 넓게 그늘 진 곳, 많은 일행들 각자 준비한 음식 펼치니 웬만한 뷔페보다 낫다.
잘 차려진 음식, 오랜만에 정상에서 훌륭한 식사 한다. 여러 가지 서로 나누니 양 많고 가격 싸다.
배고픈 뒤 하산하여 먹지 않고 산행 중 먹으니 서두루지 않는 여유가 있다.
과일과 음료 디저트까지 먹고 내려서자마자 금방 외친다. "고비다~~"
나물 채취에 혈안이 된듯 보따리 하나씩 늘어나 진행이 더디다. 저렇게 일당까지 벌며 일석 삼조 하는데 난?
식사 후의 포만감으로 봉우리 오르려니 힘들다. 정상 바로 옆 낮은 봉우리 올라서니 좌측으로 헬기장 있다.
끝에 오는 일행 기다리는 대장님 좌측으로 가면 원주라며 우측 능선으로 안내 한다.
가파르게 떨어졌다 다시 오르니 꼭대기에 노송 두 그루 수문장처럼 서 있다.
내리막 능선 발 뿌리에 채인 돌이 끝없이 굴러 떨어진다. 나무사이로 하산 종점 마을 보이니 내려가기 싫다.
다른 날 같으면 다 왔다며 반가워 할 텐데 오늘은 산행 조건이 좋아 그런지 더 걷고 싶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이 계절에 이곳으로 다시 오자 하는 걸 보면 맘이 다 같은가 보다.
시원한 잎의 색감이 그렇고 시원한 바람 두고 떠나기 아깝고 새소리, 낙엽 어느 것 하나 헤어지기가 아쉽다.
산행 시작 다섯 시간, 능선과 헤어져 하산 시작하니 커다란 노송 한그루 수줍은 처녀 몸 비틀듯
서서 각선미 자랑한다. 유명세 있는 산이 아니라 인적 드물어 수풀 우거지고 바닥은 솔 가래 푹신,
두룹은 새순이 많이 자랐다.
습지로 내려서니 찔레, 산딸기, 가시나무 덩굴성 관목류가 몸을 감는다.
널찍한 쉼터엔 전에 누가 심었었는지 씨에서 떨어져 퍼진 산달래가 깔렸다.
모두들 한 주먹씩 뽑아드니 휘파람 절로 나온다.
산기슭 숲 속 드문드문 멋진 건물 지나고 자연탐사 과학관 지난다.
흐르는 맑은 물에 시원하게 땀 닦고, 노목리 버스종점 멀어도 지루하지 않는 발걸음.
모 낼 논에 물 넘치고 개구리 울음소리 정겹다.
산행하기 좋은 날씨, 오늘 같은 날만 있으면 좋으련만...
차가 기다려주는 곳 도착하니 아이스박스 속 하산주가 기다리고 있다.
얼음 조각들 속에 묻힌 막걸리, 소주와 포도주.
산에서 캔 더덕,
잘 씻고 찢어 소주 몇 병에 넣어
나누어 마시며 "캬~~ 향 좋고~~"
그래도 난 붉은 와인 한 잔으로 만족.
행복한 하루 감사 드립니다. 산행 소요시간 6시간.
2008.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