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 영태 - 섬, 소, 호수근처.

opal* 2008. 4. 21. 00:51

 

 

 

                                    김 영태

 

마음은 시들고
조그마한 너의 종이가슴에 닿으면
구겨지는 내 손을
몰래 감추던
너의 눈매는
다시 아름답다
上體를 서로 가눌 수 없을 만큼
水深은 깊고
물 위에 몇 개 작은 線들이
지나가는 지금

 

 

 

                      김영태

銘筆그림이지만
손때가 묻어 있었다
수근.....이라고 그저 한글로
썼다 아이들이 많은, 바람에
헐은 까치머리를 한 아낙네들
두서너 명 한결같이 그저
앉아 있었다
대추나무 밑동에서 조는 샌님
木板, 또 그 옆의
달구지 하나, 이렇게
풀이 죽은 적삼을 입고
坐板엔 해가 설핏하다가 진다
罪 없는 소나
그렸지, 그렇데 그 소가 지금
수근.....이라고 슬프게 말한다

                              -朴壽根 遺作展 -

 

 

호수근처(湖水近處)

                              김영태

그대는 지금도
물빛이다
물빛으로 어디에
어리고 있고
내가 그 물 밑을 들여다보면
헌 영혼 하나가
가고 있다
그대의 무릎이 물에 잠긴
옆으로, 구겨진 수면 위에 나뭇잎같이

 

 

 

1936 서울 출생  
       홍일대 서양학과 졸업  
1959 <<사상계>>에 <설경>, <시련의 사과나부>, <꽃씨를 받아둔다>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2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  
1982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유태인(猶太人)이 사는 마을의 겨울>    중앙문화사  1965
시집 <바람이 센 날의 인상(印象)>    현대문학사  1970
시집 <초개수첩(草芥手帖)>    현대문학사  1975
시집 <객초(客草)>    문예비평사  1978
시집 <북(北)호텔>    민음사  1979
시집 <여울목 비오리>    문학과지성사  1981
시집 <어름사니의 보행(步行)>    지식산업사  1984
시집 <결혼식과 장례식>    문학과지성사  1986
시집 <느리고 무겁게 그리고 우울하게>    민음사  1989
시집 <매혹>    청하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