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황매산 산행

opal* 2008. 5. 11. 11:00

 

  해의 길이가 길어지기도 했지만 아침 햇빛이 찬란하다. 시원한 바람도 알맞게 불어 날씨 Good.  O sole mio~!

오랜만에 만난 회원님들 여기저기 소곤거리는 얘기소리 자장가 삼아 졸다 깨니 더욱 더 눈 부시다.

출발 두 시간 반지나 대진 고속도로 이용할 때면 늘 들리는 인삼랜드 휴게소, 연휴 행락객 차량으로 차 들어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 

여자 화장실은 건물 밖까지 늘어선 폼이 시간 많이 걸릴 것 같아 할 수 없이 다음 휴게소로 이동하니 이런 일은 처음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신록은 환희와 기쁨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차 안에서 세세하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세 분의 멘트를 

인상적으로 들으며 지리산 나들목 입구 지나 산청 나들목에서 나선다. 59번 지방도로 따라 차황면 장박리 입구 도착(10;35).  

장박리 마을을 날머리로 잡았는데 좁은 길에 경운기와 트럭을 포함한 대형 버스 여러 대가 들쭉날쭉 질서 없이 서 있다.

차로 마을까지 들어가기엔 시간 걸릴듯하여 내려서 경사진 포장도로 부지런히 걸으니 정강이가 아프다.

계곡 옆으로 형성된 마을 통과,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지 추녀 아래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 놓은 집 여러 채 보인다.

 

마을을 지나 산 속으로 들어서니 경사진 좁은 오솔길에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으로 정체 현상 일어난다.

일렬로 늘어선 좁은 길에 먼지가 폴싹폴싹 인다. 앞에 서 있는 여인들 "위에 올라가 얼굴 토닥거리기만 하면 분 바른 효과 나겠제?"

경상도 억양으로 재밌는 소리 한다. 내려오는 이 있어 "위에도 사람 많은가요?" 누군가 물으니 "예, 위에도 사람 많아예."  '

얼른 비가 내려 가뭄 해소되어야 할 텐데... ' 가파른 경사에 땀이 줄줄 흐른다.

 

키 큰 낙엽송 잡목 숲, 나무가 커 그늘지고 바람까지 불어와 시원하다. 앞서가던 사람들 힘이 드는지 하나 둘씩 옆으로 빠진다.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산이 몸살을 앓는다. 앞으로 가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길 정도다.

흙먼지가 냄새를 솔솔 풍기며 코로 들어온다, 가뜩이나 헉헉대는 오르막에 심호흡을 할 수가 없다.

뒤에 바짝 쫓던 사람, 옆으로 빠지기에 앞 사람과 거리 두니 어느새 다른 사람이 추월하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능선 가까운 마지막 오르막,  급경사에  종아리가 땅긴다. 잠시 쉴 겸 꽃 한 송이 찍고 오르니 꽃 터널 시작되며 주변 사람들

탄성 나온다. 발아래로는 연록색의 조망, 위로는 하늘 배경에 분홍 꽃과 연초록 잎이 대비된 색으로 천상화원 이룬다.

 

북쪽 능선에 있는 떡갈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960봉 너백이 쉼터(12:00). 우뚝 솟은 정상과 합천호 바라보며 잠시 휴식 취한다.

황매산 산행은 이번이 두 번째, 처음 왔을 때 들머리를 찾는 어려움 있어 중간에서 치고 오르느라 길 없는 산 속을 헤매고,

능선에 올라 합천호를 바라보며 내려갔던 일이 4년 전 이른 봄. 산행 경험도 없거니와 개념도 조차 파악 못할 때다.

기록이나 사진은 없고, 합천호 바라보던 추억과 가파른 능선에서 줄잡고 내려딛다 언 땅에 겉만 녹은 진흙에 미끄러지며 왼팔이

뒤로 틀려 한동안 아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산행 들머리가 떡갈재 였다.

다시 보니 중봉 하봉이 있는 능선으로 하산을 한 것 같다. 정상을 오르는 길 주변은 철쭉이 밭을 이루고,  

분홍꽃과 연두색 잎이 환상적이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중봉과 하봉, 삼봉 능선이 황매산 풍경을 돋보이게 한다.

 

낯선이에게 부탁하여 기념 남기고 천상화원 모습 담으며 철쭉으로 뒤덮인 봉우리를 오른다. 여기 저기 식사 팀이 많다. 

다시 한 번 북동쪽 합천호 바라보며 추억 떠올리고 반대 방향 돌아서니 남서쪽에도 추억 담긴 천왕봉이 쳐다보며 웃고 있다  

지리산이 쳐다보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 못했는데...  처음엔 웅석봉쯤으로 생각했다. 다른 방향에서 볼 땐 주 능선 봉우리들이

비슷하게 보였는데 여기선 다른 봉들을 뒤에 감추고 중봉만 거느린 채 천왕봉 혼자 서 있듯  유달리 높다.

 

해의 고도가 높아 담겨지는 꽃 색이 좋지 않지만 아쉬운 대로 담고 다시 꽃 터널 통과 하며 정상을 향한다.

"파리똥 나무가 여기처럼 많은 거 첨 봐요 잉~" 귀가 번쩍 하여 돌아보니 "석가모니가 앉아있던 보리수와는 다른 나무"란다. 

내가 돌아 본 것은 보리수를 '파리똥'이라 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나무를 틀리게 말 하는 줄 알았나 보다. 

"일림산은 조림을 해서 여자가 화장 한 것 같아 인공미가 나 싫은데 여기 철쭉은 자연스럽다" 한다.

어디서 왔느냐 물었더니 전라도에서 왔단다. 나와 늘 함께 하던 팀은 어제 저녁 무박으로 출발하여 지금 전라남도에 있는

 일림산, 사자봉, 제암산 종주 산행 중이다.  일림산은 1년 전에 다녀왔고, 무박산행이 힘들어 타 산악회에 참석하여 

이곳으로 왔는데 이 사람들은 전라도에 철쭉꽃 많은 산을 놔두고 이곳으로 철쭉을 보러 온 것이다.    

 

오르막에서 정상 배경으로 꽃 사진 담는 중, 낯선이가 사진기 내밀며 부탁하기에 서로 찍고 찍히기를 여러 번. 

멀리 보이는 큰 나무 없는 능선은 붉은색을 칠한 듯. 불 붙은 듯 붉다. 꽃 속에 묻혀 기념 남겨가며 정상을 향한다. 

 

정상석 탈환작전 펼치는 듯, 갈라진 바위 봉에 등산객 바글바글.  저 곳을 올라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먼지 마시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위에 서서 사방 둘러보다 숫자 줄어든 듯하여 비집고 올라섰다. 

정상 바위에서 합천호 찾아보니 삼봉능선 바위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그 위로 멀리 가야산 보이며 추억 한토막 생각난다. 

가야산 산행하고 거의 다 내려와 해인사 뒤 평지 길, 돌뿌리에 채여 넘어지며 돌에 무릎을 부딪쳐 석달간 산행 못했던 일 있었다.  

 

황매산(1108m)은 합천군 대병면과 가회면,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 1983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합천호 푸른 물에 하봉, 중봉, 상봉의 그림자가 잠기며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다하여 '수중매'라는 별칭이 있단다.

처음 오를 땐 육산이라 부드러웠는데 정상 가까이엔 바위들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가야산의 명성에 가려져 찾는이 적었으나 철쭉이 장관 이루며 많이 알려져 해가 갈 수록 인산인해 이룬다. 

 

정상 표지석을 아래 넓은 곳에 세워 놓으면 위험스런 좁은 바위 위에서 저 아우성 하지는 않을 텐데...

기념 한 장 남기려다 큰 댓가 치룰 수도 있겠다. 점심 식사 생각했던 정상은 사람 많아 먼지 일어 쉴 수가 없다. 

내려딛는 길, 좁고 경사 급해 마냥 또 한 줄로 늘어섰다. 옆에 핀 철쭉, 분 바른 듯 흙먼지 뒤집어 쓰고 뽀얗다 못해 까맣다.

등산로는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좁다. 가야 할 곳 내려다보니 올라오던 길에 철쭉이 자연스럽다던 그 사람들, 이제보니 정상 넘어

평원 쪽은못 보고 한 얘기다. 산청군과 경계 이룬 북쪽 대병면과 남쪽 가회면은 정상에서 보기에 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평원으로된 넓은 곳에 영화 촬영 셋트장 하나, 허허 벌판으로 느껴져 아늑하지 않고 산 답지 않다. 

오늘 같은 날은 철쭉제가 아니라 사람구경 하는 곳, 대리석으로 제단 차리고 산 위까지 자동차 길 만들기 보다는

등산로 정비가 더 시급해 뵌다. 진퇴양난의 급경사 등산로, 맑은 공기 마시러 왔다가 먼지만 마시니 이 계절엔 다시 오고 싶지 않다.

경사가 급하기도 하거니와 흙가루가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철쭉이 펼쳐진 평원은 아름다우나 숲 길이 너무 좁고, 

축제도 좋지만 필요이상으로 치장하여 눈에 거슬린다. 철쭉꽃은 가까이 보기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답고 화려하다.

산에서 내려서기 싫었던 며칠 전 구학산 산행과 비교된다. 흙 먼지가 많아 남자들까지도 스카프로 얼굴을 죄다 싸매고 다닌다.

 

잠깐이면 내려설 길을 한참 걸려 내려오니 팀마다 식구들 부르며 찾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린다. 일행들 만나니 서로

얼굴 쳐다보며 깔깔 웃는다. 언제봐도 밝은 얼굴에 웃음 많은 새침이  "언니 얼굴 좀 봐~, 코 밑에 수염 났어." 배꼽 쥐고 웃으며

물휴지 건네준다. "응? 이정도 였어?" 새카맣게 묻어난다. 조금 전에 본 길옆 먼지 뒤집어 쓴 철쭉과 다를 바 없이 똑같다.

 

먼저 도착했다고 달아나지 않고 기다려주니 가족적인 정감 묻어난다. 옹기종기 꽃 속에 묻혀 때늦은 도시락 성찬, 

'시장이 반찬'에 여럿이 먹으니 더 맛있다. 장박리 마을 입구에 내려주고 덕만 주차장으로 간 기사님,

 이제야 덕만 주차장에 차 세웠다며 연락이 온다. 철쭉제 기간이라 사람에 비례하여 차도 똑같이 붐비는 모양이다. 

식사하며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나 이번에 황매산이 세 번짼데 이젠 여기 다시 안와요, 올 때마다 틀려요." 

옆에서 또 한 사람  "난 네 번짼데 이젠 정말 올 곳이 못되네."  식사 마치고 일어서니 오후 세시가 훌쩍 넘었다.

 

베틀봉과 모산재 방향으로 하산 예정이었는데 하산로를 바꾼다. 정체 현상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모산재 포기하고 

평원 이룬 철쭉 사이 지름길로 하산한다. 모산재 방향의 아름다운 바위 능선을 포기하려니 조금은 아쉽다.  

철쭉제 행사장은 능선을 점령하고 대리석 바닥과 자갈 깔고, 울긋불긋 많은 깃대들과 자동차까지 올라와 있어 눈에 거슬린다. 

철쭉 축제가 지역 주민의 소득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는 몰라도 산을 이처럼 훼손시켜 놓았으니 이번 황매산 산행은 

어떤 추억으로 입력될까? 조용하게 왔다가 조용히 떠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등산로가 바뀌며 영암사지(사적 131호)를 둘러 볼 수 없은 것은 유감이다. 남동쪽 기슭 가회면 둔내리 신라시대 절터로 

 <영암사지 귀부(보물 제 480호), 쌍사자 석등(보물 제 353호), 3츨 석탑(보물 제 480호)> 등이 있는 곳이다.

하얀 텐트가 많아 재래시장을 연상 시키는 행사장부터 아스팔트길로 구불구불 내려 딛으니 그림자 길게 앞서 간다.

주차장 도착하니 16:25. 산행 소요시간은 6시간 이지만 정체된 시간 많고, 능선 하산로를 포기 했으니 시간이 적게 걸렸다.

 

 흙먼지로 숨쉬기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함께 했던 님들 덕분에 즐거운 하루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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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차 안에서 말했 듯  전용버스차선 달릴 수 있는 밤 11시, 딱 맞춰 서울 입성하니 그렇게 맞추기도 힘들겠다. 

같은 날 제암산 갔던 팀 '철쭉 축제에 제암산 철쭉보다 산객이 더 많고'  

'녹차 마라톤 행사가 있어 많은 시간 허비하고 귀가 시간도 늦어 자정 넘어 도착 했다'는 후문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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