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하세요? 어제(11/18.) 수능(2011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보느라 쉬고,
오늘도 학교에 안 가는 날이라 병원에 가고 있어요. 몸이 좀 불편해서 진료 받아 보려구요.
진료 끝나면 시간 되는데 나오실 수 있어요?" 아침부터 외출을 부탁하는 전화가 왔다. 10년 연하 이다.
"그제 산에 다녀오고 어제는 모임이 있어 수지까지 갔다오고, 오늘은 좀 쉴까 하는데... J씨가 불러준다면 나가야 되겠지?
현재가 제일 젊을 때이니 불러 줄때 얼른 얼른 만나줘야 다음에도 또 불러준다던데,
움직이기 귀찮다고 거절하면 노인이라고 다음엔 불러주지도 않는다며?"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쌩뚱맞은 말까지 덧붙여가며 대답하는 걸 보면.ㅋㅋㅋ
가끔 만날 때마다 예약없이 갑자기, 그야말로 번개로 만난 적이 더 많은 사이다.
중간지점 광화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먼저 도착했다. 세종로 가운데로 드나드는 출입구를 처음 걸어본다.
평소에 먼발치로 바라보기만 하던 세종대왕 동상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옷 갈아 입느라 잠시 출타 중이신 이순신 장군 동상 기둥도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보는 여유로움이
바쁜 도심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커다란 문고가 있는 빌딩에 걸려있는 글귀가 보인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 준다.'(괴테)
작고 아담한 여인이 도착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말해 준다는데 지금 J 씨를 만나고 있으니 그럼 난 어떤 사람일까?"
"ㅎㅎㅎ 그럼 저도 마찬가지지요."
동십자각을 지나 삼청동 입구로 들어서서 경복궁 돌담을 끼고 걸었다. 무작정.
가을 정취야 산에 다니며 자연 속에서 많이 느끼지만, 도심에서 일부러 걷는 일은 드물다.
![](http://www.womennews.co.kr/data/news/1109/a19-1.jpg)
42년간 광화문을 지킨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보수작업을 위해 이동된 후
그 자리에 ‘탈의중’이라는 가림막용 작품이 설치됐다.
가림막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광고 전문가 이재석씨의 작품으로
시민들은 ‘센스 있다’와 ‘이순신 장군을 가볍게 다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식사 후 디져트로 먹은 벨기에 와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