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김용택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10월
김 용택
부드럽고 달콤했던 입맞춤의 감촉은 잊었지만
그 설렘이 때로 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10월 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
가을밤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 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프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 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 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느 보았느냐
나를 잊지 말아요
김용택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을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이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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