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김시천 - 안부, 좋은 친구, 하늘 맑은 날

opal* 2015. 11. 4. 12:59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좋은 친구 
  
                                                      김시천 
 
가까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 산처럼 있어도
나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대 더욱 깊은 강물로 내 가슴을 흘러가나니 

마음 비우면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무주공산
그대가 없어도 내가 있고
내가 없어도 그대가 있으니

가까이 있지 않아서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하늘 맑은 날 
  
                                                    김시천 

  잎이 진다고
서러울 것 없다

떠난다고 상심하여
눈물 흘릴 것 없다

나뭇잎처럼 떨어져 누우니
세상 참 편안쿠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나도 이젠 근심 없다

두어라
그냥 이대로 있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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