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을 하루 같이 새벽잠 깨어 다녔건만 달콤한 유혹 뿌리치며 새벽 시간에 일어나기는 아직도... 여전히 싫다.
그렇다고 그 한 가지 게을리 하다간 산행이고 뭐고 이내 접게 되겠기에 할 수 없이 잠설치고라도 일어나게 된다.
오늘 가는 서산에 있는 가야산(678m) 산행은 오늘이 세 번째,
8년 전(2008.4.3) 첫산행 날, 일행 거의가 1진으로 서산 '마애 삼존불'로 유명한 용현리, 보원사지를 들머리 하여 모두 오르고,
달리다시피 속도 빠른 1진 쫓아가기 힘들어 2진으로 혼자 상가리에서 옥양봉으로 올라 석문봉, 가야산으로 원점 회귀 산행을 했다.
3년전(2013.4.2) 두 번째 산행 땐 시산제가 있어 그랬나 보원사지에서 산행 시작한 일행들이 빨리 빨리 진행해버려 알락산울 거쳐
석문봉 올랐을 땐 그때나 지금이나 왜 그리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는지... 춥다고 후미대장까지 모두 내려가 배낭 벗어 대신 인증 남겼다.
세 번째 산행인 오늘의 산행 들머리는 개심사, 꽃이 만발할 때 하산 깃점 이라면 산행대신 꽃사진이나 싫컷 찍겠으나
들머리인데다 아직 일러 꽃도 없으니 종주 할 1진 내려주고, 혼자 원점 회귀산행 할 생각으로 다시 차에 올라 하산 지점으로 옮겼다.
상가리에서 시작된 산행은 옥양봉 거치기도 귀찮아 이내 석문봉 골짜기 지름길로 오르니 이곳도 오늘 처음 접하는 코스,
계곡과 나란히 한다지만 계곡엔 물이 있는둥 마는둥이라 돌무더기 위를 곡예하듯 딛으며 오른다.
다른 곳에 눈길 한 번 못주고 돌만 쳐다보며 혼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은 무념, 무상, 무언의 고행길이다.
그래서 호젓이 혼자 걷는 길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간간히 보이는 돌 없는 지표면엔 낙엽만 수북하고, 낙엽을 뚫고 나온 키작은 현호색이 웃으며 반긴다.
산에 핀 야생화라곤 오로지 현호색 한 가지, 돌계단 오르다 힘들면 셔터 한 번 누르기를 반복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계곡은 이미 끝난지 오래 되었는데 커다란 바위 아래 동굴 같은 모양을 하고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내리기에
작은 물병 뚜껑으로 흐르는 물을 떠먹고 일어나며 발 옆을 보니 조금씩 고인물에 도룡뇽 알이 수북하다.
보기엔 징그러우나 보기 힘든 모습을 혼자 보니 횡재한 기분, 사진으로 담고 오르던 길 재촉한다.
능선에 오르니 삼거리 갈림길, 우측으론 옥양봉, 좌측으론 석문봉이다.
가야산 정상이 제일 높으나 군사 시설이 있어 조망 좋은 석문봉이 정상을 대신 하기도 한다.
석문봉 도착하니 1진 선두 박 여사가 먼저 도착하여 바람 피해 커다란 바위아래 앉아 1진 일행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석문봉 정상 바위 꼭대기 오르니 뿌연 날씨는 산뜻한 조망을 훼방 놓고,
뼛속으로 스며든다는 봄바람은 어디서 또 그렇게 불어오는지, 날려 버릴 기세로 온 몸을 휘청이게 만든다.
태극기와 함께 정상 인증 남기는 동안 1진 일행들 모두 도착.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만나니
3년만에 다시 찾아와 고행 끝에 얻은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아직은 할 수있다'는 자신감이 한층 고조된다.
커다란 바위옆, 바람 피해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진수성찬 점심식사 마친 후 다시 가야산으로 향한다.
날카롭고 거친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이라 가야산 정상까지 오르기엔 벅찰 것 같아 일행 한 사람과 둘이 탈출로 택해 하산 시작.
혼자 걸으면 혼자라서 좋고 둘이 걸으면 둘이라서 좋은게 산행 이다. 뎅걸뎅걸 얘기나누니 지루함도 힘듬도 잊는다.
혼자 가파르게 오르던 계곡길은 100% 돌길, 두 사람이 같이 내려딛는 길은 그래도 나무 계단이라도 있어 낫다.
석문봉 아래 반듯한 자리에 혈 잡은, 남의 음택 뺏앗아 들어앉은 남연군 묘,
전에 한 번 들러 골고루 살펴보고 기록까지 남겼기에 동행인에게 보여 주고파 다시 들러 설명까지 곁들였다.
석문봉(653m)을 중심으로 左로는 가야봉(677.6m), 右로는 옥양봉(621.4m)이 병풍을 두른 듯, 문외한이 보기에도 딱 좋다.
옆으로 물이 담긴 저수지까지 있다.
(우측 카데고리 Story(문화,여행) - 답사) 남연군 묘 (클릭)에 자세히 기록되어 여기선 설명 생략)
주차장에 먼저 내려와 가야산으로 간 1진 기다리니 얼마 후 속속 도착, 얘기 들으니 내려딛는 길이 가파라 엄청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거친 암릉 길에 바람이 세게 불어 몸이 휘청거리니 행여 다칠세라 하산을 서두르고,
선두대장이 아침 버스안에서 어제 일을 얘기하며 주의를 주었던 터라 더욱 조심을 했다고 한다.
얘기인즉 "동참 모임에서 1박 2일로 그제 일욜 제주도 갔다가 바로 어제 산행 하산 중 한 친구가 살짝 엎드러졌는데도
울퉁불퉁한 화산암이라 코뼈가 두 군데 부러지고 얼굴과 팔도 다치고... 등 등, 우리도 조심하자"고 했던 것이다.
회원 한 분이 두부 한 판, 묵 한 판을 가져와 하산주와 곁들여 푸짐하게 먹고도 남아 몇 명은 집에 가져오기도 했다.
먹거리 주신 분께 감사하고, 무사하게 산행마친 하루에 감사하고, 산꼭대기까지 걸을 수 있는 체력에 감사한다.
초하루부터 다섯 번의 3월 산행을 모두 마치고 산행하기 좋은 계절 다음 달엔 본인이 신청한 산이 기다리고 있어 기대가 된다.
가야산 가던 날 아침, 해미읍성 따라 잠시 돌아 가니 30여년 전 갔을 때 그 안에 있던 나무가 잠시 궁금해진다.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나희덕
해질 무렵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당신은 성문 밖에 말을 잠시 매어두고
고요히 걸어 들어가 두 그루 나무를 찾아보실 일입니다
가시 돋친 탱자울타리를 따라가면
먼저 저녁 해를 받고 있는 회화나무가 보일 것입니다
아직 서 있으나 시커멓게 말라버린 그 나무에는
밧줄과 사슬의 흔적 깊이 남아 있고
수천의 비명이 크고 작은 옹이로 박혀 있을 것입니다
나무가 몸을 베푸는 방식이 많기도 하지만 하필
형틀의 운명을 타고난 그 회화나무,
어찌 그가 눈멀고 귀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의 손끝은 그 상처를 아프게 만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더 걸어가 또 다른 나무를 만나보실 일입니다
옛 동헌 앞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 드물게 넓고 서늘한 그늘 아래서 사람들은 회화나무를 잊은 듯
웃고 있을 것이고
당신은 말없이 앉아 나뭇잎만 헤아리다 일어서겠지요
허나 당신, 성문 밖으로 혼자 걸어 나오며
단 한번만 회화나무 쪽을 천천히 바라보십시오
그 부러진 나뭇가지를 한 번도 떠난 일 없는 어둠을요
그늘과 형틀이 이리도 멀고 가까운데
당신께 제가 드릴 것은 그 어둠뿐이라는 것을요
언젠가 해미읍성에 가시거든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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