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취하라, 이방인, 악의 꽃

opal* 2016. 3. 31. 08:25

 

 

취하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시로,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이방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 말해다오. 아버지냐 어머니냐 아니면 누이냐 아우냐?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아우도 없다
친구들은?
당신이 지금 한 말을 나는 오늘날까지 그 뜻조차도 모른다
조국은?
그게 무슨 위도 아래 자리잡고 있는지도 나는 몰라
미인은?
그것이 불멸의 여신이라면 기꺼이 사랑하겠지만
돈은?
당신이 하나님을 싫어하듯 나는 그것을 싫어한다
그래! 그럼 너는 대관절 무얼 사랑하느냐, 괴상한 이방인아
나는 구름을 사랑한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에, 저기에, 저 신기한 구름을 !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샤를 보들레르 
 
 
달팽이 우굴대는 기름진 땅에
내 손수 깊은 구덩이 파고
거기 한가로이 내 늙은 뼈를 눕혀
물 속 상어처럼 망각 속에 잠들리라
 
나는 유언도 싫고 무덤도 싫어
죽어서 남의 눈물 빌기보다
차라리 살아서 까마귀 떼 불러
내 더러운 해골 구석구석 쪼아
피 풀리게 하리라
 
오! 구더기들아 눈도 귀도 없는
더러운 친구들아
보라, 자유롭고 쾌활한 죽은 자가
너희들을 찾아왔다
방랑의 철학자, 부패의의 아들들아
 
주저 없이 내 송장 파고 들어가
내게 말해다오
죽은자들 사이에 끼어있는
영혼 없은 이 늙은 시체에게
아직 무슨 고통이 남아있는가를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1821.4.9.~1867.8.31.)

신부에서 환속한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리옹의 기숙학교를 거쳐 파리에서 중 고교 입학.
사소한 사건으로 퇴학 후 부모와 갈등. 방탕한 생활에 빠져듬.
1857년 악의 꽃 출판 후 시인으로 명성 얻으나 신경성으로 인한 건강악화와 생활고로 괴로움 겪음.
문학강연을 위해 찾은 벨기에에서 쓰러진 후 46세 일기로 생을 마감.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