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주 -푸르른 날, 향수, 추일미음,가을비 소리 푸르른 날 서 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향수(鄕愁) 서 정주.. 詩와 글 2008.10.29
[애송시 100편-제40편] 신 대철 - 박꽃 박 꽃 신 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1977년> ▲ 일러스트 잠산 꽃의 개화를 본 적이 있으신지. 그 잎잎의 열어젖힘을 본 적이 .. 詩와 글 2008.10.27
[애송시 100편-제39편] 이 용악- 전라도 가시내 전라도 가시내 이 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 詩와 글 2008.10.22
[애송시 100편-제38편] 함 민복-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 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詩와 글 2008.10.20
[애송시 100편-제37편] 고 은 -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고 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 詩와 글 2008.10.19
[애송시 100편-제36편] 임 화 - 우리 오빠와 화로 우리 오빠와 화로 임 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南)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 무늬 화로가 깨.. 詩와 글 2008.10.16
[애송시 100편-제35편] 오 세영 - 그릇1 그릇1 오 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詩와 글 2008.10.11
[애송시 100편-제34편] 정 현종 - 어떤 적막 어떤 적막 정 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 詩와 글 2008.10.10
[애송시 100편-제33편] 김 경주 - 저녁의 염전 저녁의 염전 김 경주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詩와 글 2008.10.05
조 태일- 可居島 , 곽 재구- 可居島 편지 可居島 편지 곽 재구 한 바다가 있었네 햇살은 한없이 맑고 투명하여 천길 바다의 속살을 드리우고 달디단 바람 삼백예순 날 불어 나무들의 춤은 더없이 포근했네 그 바다 한가운데 삶이 그리운 사람들 모여 살았네 더러는 후박나무 숲그늘 새 순금빛 새 울음소리를 엮기도 하고 더러는 먼 바다에 나.. 詩와 글 2008.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