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문자- 닿고 싶은 곳, 달맞이 꽃을 먹다니. 슬픔에 오르다. 닿고 싶은 곳 최 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 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 詩와 글 2008.08.25
[애송시 100편-제24편] 송 수권 - 산문(山門)에 기대어 산문에 기대어 송 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 詩와 글 2008.08.24
[애송시 100편-제23편] 백 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백 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 詩와 글 2008.08.18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겠다. 우리 가슴 속으로 슬프게 길을 낸 굽이굽이 황토길 한국 사람이면 다 안다. 우리가 얼마나 아프게 이 길을 걸어 왔는지, 우리가 얼마나 질기게 나라를 사랑해 왔는지. 우리의 역사는 모진 바람이었다. 성난 파도였고, 식을 수 없는 열정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 다.. 詩와 글 2008.08.15
[애송시 100편-제22편] 이 문재- 푸른 곰팡이-산책시 푸른 곰팡이 - 산책시 이 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 詩와 글 2008.08.14
[애송시 100편-제21편] 천 상병- 귀천 귀천 천 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일러스트=권신아 영화 '박하.. 詩와 글 2008.08.13
[애송시 100편-제20편] 정 진규- 삽 삽 정 진규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 詩와 글 2008.08.03
[애송시 100편-제19편] 김 남조- 겨울 바다 겨울 바다 김 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 詩와 글 2008.08.02
[애송시 100편-제18편] 한 용운 - 님의 침묵 님의 침묵 한 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 詩와 글 2008.08.01
[애송시 100편-제17편] 정 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별들은 따뜻하다 정 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 詩와 글 200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