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446

이 기철-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구름에서 내려오다, 숲은 별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이 기철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끓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

詩와 글 2008.06.27

[애송시 100편 - 제7편] 곽 재구- 사평역에서

사평역(沙平驛)에서 곽 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를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詩와 글 2008.06.14

이 해인 - 유월의 장미, 유월엔 내가, 잎사귀 명상, 잘못된 관계.

六月엔 내가 이 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六月 六月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없는 山香氣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生命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六月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山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

詩와 글 2008.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