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현- 철쭉꽃, 간절함에 대하여, 연탄 한 장. 철쭉꽃 안 도현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열일곱 살 숨가쁜 첫사랑을 놓치고 주저앉아서 저 혼자 징징 울다 지쳐 잠든 밤도 아닌데 회초리로도 다스리지 못하고 눈물로도 못 고치는 병이 깊어서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꽃이 먼저 점령했습니다 어서 오라고 함께 .. 詩와 글 2008.05.08
김 지하 - 신록, 황톳길, 일산시첩, 화개. 신록 김 지하 신록이 우렁차다 어디서 나팔 소리 울리나 나팔 소리 없고 신록이 우렁차다 어디서 피리 소리 들리나 피리 소리 없고 어젯밤 거친 꿈 속에서 돋아나 아침 나무에 싱그런 신록이 우렁차다 오듯이 봄은 가고 없고 우렁찬 나팔 소리만 애잔한 피리 소리만 아아 신록이 우렁차다 잎새 몇 닢 .. 詩와 글 2008.05.07
한국 현대시 100주년- 시인 100명이 100편을 추천하다.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연재한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시리즈가 5월 5일(오늘)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노래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기점으로 한 한국현대시사 100년의 주옥 같은 '애송시 100편' 시리즈.. 詩와 글 2008.05.05
도 종환 - 오월 편지, 자목련, 지는 꽃 보며. 오월 편지 도 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 詩와 글 2008.05.03
피 천득 - 오월, 창밖은 오월인데, 낙화. 창 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가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에서 오월 피 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서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詩와 글 2008.05.01
꽃다지의 노트장에서. ♤ 아름다운 풍경 ♤ 도 종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대와 나도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 詩와 글 2008.04.30
이 외수 - 점등인의 노래, 진달래 술,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점등인의 노래 이 외수 이 하룻밤을 살고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헤어진 사람들은 다시 돌아와 이 등불 가에서 만나게 하라 바람부는 눈밭을 홀로 걸어와 회한만 삽질하던 부질 없는 생애여 그래도 그리운 사람 하나 있었더라 밤이면 잠결마다 찾아와 쓰라리게 보고싶던 그대 살속 깊이 박히는 사금파.. 詩와 글 2008.04.26
신 동엽 - 아니오, 그 사람에게, 창가에서. 아니오 신 동엽 아니오 미워한 적 없어요, 산마루 투명한 햇빛 쏟아지는데 차마 어둔 생각 했을리야. 아니오 괴뤄한 적 없어요, 능선 위 바람 같은 음악 흘러가는데 뉘라, 색동눈물 밖으로 쏟았을 리야. 아니오 사랑한 적 없어요, 세계의 지붕 혼자 바람 마시며 차마, 옷 입은 도시 계집 사랑했을 리야 &l.. 詩와 글 2008.04.23
김 영태 - 섬, 소, 호수근처. 섬 김 영태 마음은 시들고 조그마한 너의 종이가슴에 닿으면 구겨지는 내 손을 몰래 감추던 너의 눈매는 다시 아름답다 上體를 서로 가눌 수 없을 만큼 水深은 깊고 물 위에 몇 개 작은 線들이 지나가는 지금 소 김영태 銘筆그림이지만 손때가 묻어 있었다 수근.....이라고 그저 한글로 썼다 아이들이 .. 詩와 글 2008.04.21
김 수영- 풀, 4.19 詩, 사랑의 변주곡. 풀 김 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 詩와 글 200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