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745

밀린 숙제는 아니지만

양지엔 눈이 녹아 따뜻해 뵈도 덜 녹은 북사면은 아이들 놀이터 어른들은 겁이나 엉거주춤 걸어도 아이들 웃음소린 끊이질 않는 곳 즐기던 애들 다 떠나 하나 없어도 흔적에 나타나는 눈에 선한 모습들 썰매 속도에 따라 함성 지르던 기분좋은 웃음소리 귓전을 맴돈다. 어제와 똑같은 길을 오늘도 한바퀴 어제 보다 해 기울고 찬바람 불어 더 추우면 추웠지 덜 춥지 않은 -10℃ 산둘레 한 바퀴 휘이 돌고 와 마지막 긴 오르막 계단 오르면 키 큰 참나무 옆 긴 의자가 기다려준다 편하게 앉아 심호흡 마무리 순간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밀린 숙제 끝낸 기분 혼자 느끼기엔 아까운 상큼한 이 맛 나를 아는 모든이에게 나눠 주고 싶다.

Diary 2022.02.06

입춘(立春) 한파

햇살은 따뜻해도 해마다 어김없는 입춘 추위 아침 기온 -10℃로 立春인 어제보다 더 추운 오늘 날씨는 맑으나 낮에도 종일 영하권 중부와 경북 북부 한파특보, 남쪽 일부 지역 대설특보 발효 중인데 예보에 맞는 바닷가 부두에 눈 쌓인 사진 날아온다. 휴일인 내일도 -10℃ 추위가 이어진다니 주말 내내 춥게 지내게 생겼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월정리 역. 재두루미 동해의 검푸른 물과 하얀 파도 꽃사진 보내오던 남쪽에서 오랫만에 눈사진 보내오고 한 사람은 북쪽 철원 갔다며 재두루미 사진을 또 한 사람은 동해의 검푸른 물빛과 높은 파도 사진 보내왔기에 "나는 동네표 뒷산에서 물맴이처럼 혼자서 뱅뱅돌며 힐링 중 이라네~" 라고 써서 답신 보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가 봄이 코 앞에 와 있음을 감지 ..

Diary 2022.02.05

서설(瑞雪)

눈 내린 설날 명절 아침 예전에는 정월 초하루에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하여 특별한 날에 눈이 내리면 상서롭게 여겨 서설(瑞雪)이라 했다. 오늘(2022.02.01)은 음력으로 壬寅年(2022년) 첫날, 어제 밤 소리없이 힘차게 날리더니 설날맞이 서설(瑞雪)을 만들어 주셨다. 지난해 좋지 않았던 일들을 깨끗이 잊으라는 대자연의 뚯으로 받아들인다. 자꾸 변이를 일으키며 퍼지는 코로나도 얼른 끝나 전과 같은 일상 돌아와 다음 명절엔 가족, 친구들과 마음껏 얼굴 맞댈 수 있기를... 나라의 명운 걸린 대선도 얼른 끝나 어수선한 분위기도 빨리 정돈 되기를 기원해 본다. 내가 아는 모든이들 뉴 해피 설날 되시고, 건강과 행복, 행운이 함께 하기를...

Diary 2022.02.01

2022 설날

멀리서 영상으로 세배하는 손녀, "그래 그래, 예쁜 우리 손녀야 고맙다. 울 손녀도 새해에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 예쁘게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코비드 19로 인원 제한 지침에 따라 설 풍경이 달라져 명절 때 큰댁 못간지도 세 해가 지나갔다. 한 달전 세 식구가 와서 하룻밤 자고 간 작은 아들네는 이번에 못 오고, 딸은 "엄마 우리 애들이 컸나봐요. 이제 안따라 다니러 들으니 나도 다음에 갈께요." "그래라, 코로나도 위험하니 조심히들 지내거라." 새해 아침의 기도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Diary 2022.02.01

낮도 좋고 밤도 좋아라

남쪽에선 계속 꽃소식 날아와도 이곳은 아직 동토(冬土)의 나라 낮에는 산으로 간다. 늘 같은 길 걸으며 같은 나무를 보아도 나무들은 어느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색을 달리하고 모습을 변화 시키며 기다려 준다. 자연의 모습이 사시사철 은근슬쩍 슬그머니 달라지듯 내 생각도 늘 같지 않다. 그래서 낮이면 산에서 살고 싶다. 그들만의 은밀한 대화 엿들으며 함께 동참하고 싶은 낮 시간이 좋다 저녁이면 다른이가 책 읽어주는 걸 듣고 있다. 책은 그날 그날 장르 구별없이 무작위(無作爲)로 듣게 된다. 어느 땐 한 편도 다 못듣고 잠들 때 있고 어느 땐 두 세 편도 듣는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들은 것을 또 들을 때도 있다. 온세상이 바이러스로 나다니기 힘든 때지만 남들의 삶 엿볼 수 있는 길고 긴 밤 시간도 좋다. ..

Diary 2022.01.30

역주행

'오늘은 오랫만에 방향 바꿔 반대로 걸어볼까' 들머리 들어서서 오르막 오르는 중 뒤에서 웬 여인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왔던 길로 되돌아 가려다 이쪽은 안 걸어본 길이라 뒤따라 와 봤어요." 한다. 어느쪽에서 왔느냐 물으니 ㅇㅇㅇ역 쪽에서 산 넘어 왔다가 여기 샘터 찍고 되돌아가며 공원 두 바퀴 더 걷고 간단다. "그리 가도 되지만 나는 조금 더 걷기 위해 일부러 이쪽 오르막 코스로 다니고 있는데 "이왕 걷는거 평지인 공원길 보다는 숲길 오르내리며 걷는게 더 좋지 않겠냐?" 했더니 "다음부턴 이쪽길 다니겠다" 하고 잠시 얘기 나누며 걷다 공원 입구에서 헤어졌다. 산책 중에 타인 만나 얘기 나누기는 지인 외에는 처음이다. 늘 걷는 구간 중 젤 힘든 오르막 작은 봉우리 올라 오늘은 방향을 바꿔 보았다...

Diary 2022.01.22

대한(大寒)

1년 24 절기(二十四 節氣)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태양이 황도(黃道)의 300도(度)에 이르는 때로 양력 1월 20일 경이다. 소한(小寒) 지난지 보름, 앞으로 보름만 지나면 새로 시작되는 첫 절기 입춘(立春)이 온다. 춥지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는 속담이 있듯 小寒의 눈이 대한에 녹는다 했는데 오늘의 지표면은 어제 내린 눈으로 아직 하얗다. 오늘은 모처럼 오전에 나섰더니 기온은 차가워도 와 닿는 햇살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점심 식사 중인 트레커 앞에 보이는 프랭카드와 상관없이 붙어앉아 식사하는 사람들.

Diary 2022.01.20

오전 한 때 눈, 겨울 시 모음

겨울 초대장 신달자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아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 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 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아침 한 때 눈 펄얼펄~ 잠시 내린 후 종일 흐림 맛있는 ..

Diary 202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