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 제 97편] 문 태준 - 맨발 맨발 문 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 詩와 글 2009.06.20
정 호승- 꽃지는 저녁, 수덕사 역 . 꽃 지는 저녁 정 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수덕사 역 정 호승 꽃을 버리고 기차를 타다 꽃을 버리고 수덕사 역에.. 詩와 글 2009.06.17
[애송시 100편 - 제 96편] 김 경미 - 비망록 비망록 김 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 詩와 글 2009.06.12
이 해인 - 유월 숲에는, 六月엔 내가, 후회,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 유월 숲에는 이 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유월.. 詩와 글 2009.06.08
6월 - 황 금찬, 김 용택, . 6월 황 금찬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 詩와 글 2009.06.04
김 남조 - 유월의 시, 노 천명 - 유월의 언덕. . 유월의 시 김 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 詩와 글 2009.06.01
[애송시 100편 - 제 95편] 이 장욱 -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이 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나 아닌 네가 없듯. 그런데, 사과를 놓친 가지 끝처.. 詩와 글 2009.05.30
[애송시 100편 - 제 94편] 정 끝별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 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 詩와 글 2009.05.28
동화) 김 병규 - 넌, 뭘 잘하니? 넌, 뭘 잘하니? 김 병규 학교에서 돌아온 종지는 마치 제 자랑인양 종알거렸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 빨간 치마 입은 여자아이가 있는데, 노래를 되게 잘해." 그런 종지에게 엄가가 물었습니다. 얼마나 잘 하는데?" "그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을 안치는 아이가 없어." "정말 잘하는 모양이구나." 이.. 詩와 글 2009.05.25
[애송시 100편 - 제 93편] 이 재무 - 감나무 감나무 이 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 詩와 글 200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