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이동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무얼 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기 자신을 잃고 바람 찬 거리를 터벅터벅 지향 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쯤이야 아랑곳조차 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그대가 별이라면』(시선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