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영 - 원시, 음악, 겨울 들녘에 서서. 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 詩와 글 2008.02.21
이 수익 - 우울한 샹송, 한 잔의 기쁨 위에, 나에겐 병이 있었노라. 우울한 샹송 이 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 詩와 글 2008.02.19
안 도현 - 독거, 병어회와 깻잎, 독거 안 도현 나는 능선을 타고 앉은 저 구름의 獨居를 사랑한다 염소떼처럼 풀을 뜯는 시늉을 하는 것과 흰 수염을 길렀다는 것이 구름의 흠이긴 하지만, 잠시 전투기를 과자처럼 깨물어 먹다가 뱉으며, 너무 딱딱하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썩 좋아하고 그가 저수지의 빈 술잔을 채워주는 데 인색하지 .. 詩와 글 2008.02.18
김남조 - 겨울 바다, 편지, 겨울 애상. 겨울 바다 김 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 詩와 글 2008.02.16
김 종길- 설날 아침에, 매화, 雪夜, 풀꽃. 설날 아침에 김 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 詩와 글 2008.02.07
황 현 - 除夜 除 夜 어렵고 어려운 속에 또 섣달 그믐을 맞이하니 艱難又到歲除天 금년의 오늘밤은 지난해와 판이하네 此夜今年異往年 곳곳에 의병들의 시체 눈속에 쓰러져 있는데 幾處猿蟲-雪裏 거리마다 정치꾼들 목전에서 설쳐대네 千郊豹虎起人前 하늘 향해 성내고 욕해도 끝내 소용없으리 向空怒罵終無補 .. 詩와 글 2008.02.06
이 효녕- 섣달 그믐 밤. 섣달 그믐 밤 이 효녕 또 한 세월이 지나 다시 겨울 바람 스친 명절이 올 때 재래시장을 돌면서 마련한 음식 떡국 두 사발 들고 찾아가리다 조각 구름이 된 하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바람이 가지 끝에서 빈 유리병 소리를 내지만 촛불 켜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면 내 가슴에 지닌 영혼들은 섣달 .. 詩와 글 2008.02.06
김 종해 - 어머니와 설날, 꿈꾸는 사람에겐 어둠이 필요하다, 그대 앞에 봄 어머니와 설날 김 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 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 오르고 밖에는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 詩와 글 2008.02.04
김 선우 - 대관령 옛길, 대관령 옛길 김 선우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 있던 .. 詩와 글 2008.02.01
심 재교 - 겨울 대관령 겨울 대관령 심 재교 대관령에 어제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다 온갖 나무들 이름 감추고 꾹꾹 눌러 몸 낮추어야 한다 새소리 물소리 조용히 입다물고 숨어야 한다 짐승이란 짐승 눈 감고 산 속깊이 들어야 한다 빗장문 꽉 걸어 잠근다 정적에 묻히는 대문 안 아무도 엿볼 수 없다 찾을 수도 들을 수도 없.. 詩와 글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