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현- 진흙메기, 매생이국, 안동식혜. 갱죽, 무우 말랭이, 돼지고기 두 갱 죽 안 도현 하늘에 걸린 쇠기러기 벽에 엮인 시래기 시래기에 묻은 햇볕을 데쳐 처마 낮은 집에서 갱죽을 쑨다 밥알보다 나물이 많아서 슬픈 죽 훌쩍이며 떠먹는 밥상 모서리 쇠기러기 그림자가 간을 치고 간다 공양 안 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입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 詩와 글 2008.01.29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 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 詩와 글 2008.01.28
김 용택- 인생, 서시, 향기. 인생 김 용택 사람이, 사는 것이 별것인가요? 다 눈물의 굽이에서 울고 싶고 기쁨에 순간에 속절없이 뜀박질하고 싶은 것이지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 서시 김 용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 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 따라 나도 질.. 詩와 글 2008.01.26
김 현태- 천왕봉에서,사랑을 다 주고 떠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을 한다는 천왕봉에서 김현태 외쳤어 미치도록 너를 불렀어 내 사랑이 이렇게 드높고 간절하다는 걸 지리산 귓구멍이 터지도록 뜨겁게 부르고 싶었던 거였어 사랑을 다 주고 떠나는 사람은 없다 김현태 그대가 열심히 사랑한다해도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두팔로 다 껴앉을 수 있을 만큼 단지 한 두명에 .. 詩와 글 2008.01.16
정 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눈길, 눈 발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詩와 글 2008.01.15
도 종환 - 처음 가는 길,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처음 가는 길 도 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말아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 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 詩와 글 2008.01.08
강 진규 - 산을 오르며, 잃어버린 세월, 산다는건. 눈 오는 날. 산을 오르며 강 진규 산을 오르며 세상을 건너는 법을 배웁니다 사무치는 바람소리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가는 소리 들어 봅니다 세월의 찌꺼기 이내 바람에 부서집니다 바람소리에 폭우처럼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부서져 폭우처럼 비웁니다 산을 둘러앉은 한 줄기 내일의 그리움을 밟고 한 줄기 그리.. 詩와 글 2008.01.04
박 두진- 해의 품으로, 해의 품으로 박 두진 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르는 해를 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 같이 떼로 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詩와 글 200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