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주- 국화 옆에서, 선운사 동구 선운사 동구(禪雲寺 洞口) 서 정주 禪雲寺 고랑으로 禪雲寺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읍디다 국화 옆에서 서 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 詩와 글 2007.11.18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마려운 사람들. 껍데기는 가라 신 동엽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詩와 글 2007.11.10
고 정희- 지울 수 없는 얼굴,가을편지, 겨울 사랑 가을 편지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 詩와 글 2007.11.09
정 호승- 이별노래, 사랑, 작은 기도 이별 노래 정 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詩와 글 2007.11.02
김 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가을. 山 金 珖燮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업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들만 남겨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지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 詩와 글 2007.10.31
김 용택 - 노을, 참 좋은 당신, 단 한 번의 사랑. 노을 김 용택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눈 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위에 어둠으로 얹혀 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 詩와 글 2007.10.29
박 봉우 - 휴전선, 눈길 속의 카츄사. 휴전선 박 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같은 정신도 신라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詩와 글 2007.10.26
김 영랑 - 오~~매 단풍 들것네,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면, 미움이라는 말, 오메 단풍 들것네 김 영랑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면 김영랑 언덕에 누워 바다를.. 詩와 글 2007.10.23
이 해인 - 나의 하늘은, 단추를 달듯. 단추를 달듯 이 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는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 .. 詩와 글 2007.10.17
정 채봉 -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그땐 왜 몰랐을까, 나의 기도.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정 채봉 쫓기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 詩와 글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