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효녕 - 비가 내리면 추억이 젖어도 좋다. 늦더위와 늦 장마가 열흘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E. com, golf 모임. 비가 내려 cancel 되었다며 '모네 수련전'(시립 미술관) 이나 가자고 연락이 온다. 짧은 시간을 요구 하기에 여유가 없을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비가 내리면 추억이 젖어도 좋다 이 효녕 사랑하는 사람 그리워 할 수록 창 밖에 비가 .. 詩와 글 2007.09.06
유 안진 - 침묵하는 연습, 버리기 연습, 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침묵하는 연습 유 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 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들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詩와 글 2007.09.05
오 규원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나무에게.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 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 詩와 글 2007.09.03
9월(의 詩)- 오 세영, 목 필균, 함 형수, 이 외수, 문 인수, 나 태주, 9월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 詩와 글 2007.09.01
유 안진 - 내가 나의 감옥이다, 초롱꽃.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 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을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 詩와 글 2007.08.22
이 생진 - 바다에 오는 이유, 벌레 먹은 나뭇잎, 구름, 바다로 가는 길. 벌레 먹은 나뭇잎 이 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의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릅답다 구 름 이 생진 열 두시 넘어서야 구름이 모여 든다 어디 있다가 이제 오나 구름은 말 않는 자유 북한산 머리와 오봉산 머리에도 구름 만경대를 넘어가는 조용한 자유 가난한 이삿짐 같다 바다로 가는 길 이 생진 돈을 모았다 바다를 보러간다 상인들이 보면 흉 볼 것 같아서 숨어서 간다 바다에 오는 이유 이 생진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 詩와 글 2007.08.17
신 경림 - 목계장터, 떠도는 자의 노래, 갈대. 목계장터 신 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가을 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떠도는 자의 노래 신 경림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詩와 글 2007.08.13
이 외수 - 8 월, 그대여, 놀. 8 월 이 외수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 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 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 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 詩와 글 2007.08.12
정 호승 - 부치지 않은 편지,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길, 추억이 없 부치지 않은 편지 정 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 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 詩와 글 2007.08.08
조 병화 - 구 름, 작은 들꽃, 추억. 구 름 趙 炳華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않는 까닭은 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리 멀어져 가는 까닭는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내기.. 詩와 글 2007.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