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446

나무- 도 종환,김 재진, 박 재삼, 안 도현, 김 윤성, 이제하, 곽 재구, 유 하, 박 남수, 성 낙희, 안 찬수, 이 형기, 정 지용, 이 성선, 박 목월

나무 /도종환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만큼 ..

詩와 글 2007.06.02

5월의 상사화

5월의 상사화 기다리는 마음 행여 남들 눈치챌까 저어하며 봄 되자 서둘러 제일 먼저 수줍게 고개 살짝 내민다 꽃샘추위 나무라듯 왜 벌써 나왔냐고 비 바람에 흰눈까지 심술부려 보지만 상사로 멍든 가슴 이까짓 추위쯤야.. 네게도 예쁜 꽃 피더라고 몇 해 전 옆에 섰는 사철나무가 살짝 귀뜸한번 해준것 뿐인데 공존의 기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까닭에 그리운 마음은 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제 한몸에서도 평생을 만나지 못하고 사는 꽃과 잎의 서글픈 운명이 지척에 두고도 가슴에만 묻고 사는 내 사랑 닮아 더 설웁다. - 이주언 - ***** 꽃샘추위가 물러가기도 전에 잎이 돋기에 추워서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꾿꾿이 잘도 버티더니 지금 5월의 상사화 잎은 기다림에 지치기라도 한 듯 축 늘어져 있다. 여름이나..

詩와 글 2007.05.27

조 병화 -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벗.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조 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詩와 글 2007.04.30

김 장호 -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북한산.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 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詩와 글 2007.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