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446

마종기- 눈오는 날의 미사, 겨울 기도, 길목에 서있는 바람, 창경궁 편지

눈오는 날의 미사 마 종기 하늘에 사는 흰 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가장 아름다운 모형의 물이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방을 에워싸는 하느님의 문신 땅에까지 내려오는 겸손한 무너짐 눈 내리는 아침은 희고 따뜻하다 겨울 기도 마 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하소서 길목에 서있는 바람 마 종기 한 세월 멀리 겉돌다 돌아와 ..

詩와 글 2014.12.18

복효근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헌 신, 목련 후기, 낙엽

▲ 용담, 개화시기: 9,10월. 꽃말 : 애수, '당신이 슬플때 나는 사랑한다' 쌍떡잎식물로 보라빛 꽃이 많이 달리면 옆으로 처지는 경향이 있어 바람에 쉽게 쓰러진다. 그러나 쓰러진 잎과 잎 사이에서 꽃이 많이 핀다 당신이 슬플때 나는 사랑한다 복 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나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때 나는 사랑한다. 헌 신 복 효근 내 마음이 그대 발에 ..

詩와 글 2014.11.06

이 해인 - 그 이름만 들어도 즐거운 친구, 친구야 너는 아니?, 이런 친구가 너였으면 좋겠다

그 이름만 들어도 즐거운 친구 이 해인 세상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만 10대에 사귄 벗들과의 우정은 그 빛갈과 무게가 다른 것 같다 서로 연락이 끊겼다가 수 십년 후에 만났어도 서슴없이 "얘, 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옛 친구들을 떠올려 보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

詩와 글 201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