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446

김남권 -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사월의 풍경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김남권 첫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 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두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눈빛으로 햇살을 불러오고 당신의 따뜻한 가슴으로 물결을 불러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대지를 눈 뜨게 하고 당신의 따뜻한 발걸음으로 꽃이 눈멀게 했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세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빈 가지마다 햇살을 입히고 맨몸으로 시린 하늘을 건너와 소름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서러운 ..

詩와 글 2017.04.20

백석 - 여우난 곬족(族), 고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우난 곬족(族)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後妻)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 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

詩와 글 2017.01.30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취하라, 이방인, 악의 꽃

취하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시로,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

詩와 글 201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