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 효설우음(曉雪偶吟) 효설우음(曉雪偶吟) (눈 내리는 새벽에 우연히 읊다) 이식(李植) 凍水鳴何細(동수명하세) 얼음장 밑으로 쫄쫄 물이 흐르는 深宵靜不風(심소정불풍)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이 밤 忽聞山木響(홀문산목향) 툭툭 가지 꺾어지는 소리 들려와 知是雪花濛(지시설화몽) 눈이 펑펑 내린 .. 詩와 글 2016.01.15
이기철 - 12월엔, 인생,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네 켤레의 신발 12월엔 이기철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첫 자락을 생각한다 그 구비 지날때마다 동행했던 자잘한 감정의 부스러기 각질처럼 남아 있는 12월의 종착역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겠지 다시 저 멀리 가려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다림 속으로 인생 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아 있다는 말 눈 .. 詩와 글 2015.12.05
김시천 - 안부, 좋은 친구, 하늘 맑은 날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 詩와 글 2015.11.04
김용택 - 푸른하늘, 10월, 가을밤, 나를 잊지 말아요. 푸른 하늘 김용택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10월 김 용택 부드럽고 달콤했던 입맞춤의 감촉은 잊었지만 그 설렘이 때로 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10월 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 가을밤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 詩와 글 2015.10.31
오 세영 - 8월의 시, 8월, 사막7-신기루, 능소화 구기자 8월의 시 오 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 詩와 글 2015.08.01
로버트 S. 브리짓 -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life is delight when June is come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Robert Seymour Bridges 로버트 S. 브리지스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h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te clouds build in the breezy sky 6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마른 풀잎 위에 누워 미.. 詩와 글 2015.06.05
신달자 - 4월의 꽃, 꽃, 어머니의 장롱 4월의 꽃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 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 그래 좋다 한 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詩와 글 2015.04.05
수필) 피 천득 - 봄 봄 피천득 "인생은 빈 술잔, 주단 깔지 않은 층계, 사월은 천치(天癡)와 같이 중얼거리고 꽃 뿌리며 온다." 이러한 시를 쓴 시인이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렇게 읊은 시인도 있다. 이들은 사치스런 사람들이다. 나같이 범속(凡俗)한 사람은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 詩와 글 2015.03.30
함민복 - 마흔 번째 봄, 봄꽃, 산 마흔 번째 봄 함민복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꽃 지는 봄산처럼 꽃 진 봄산처럼 나도 누구 가슴 한 번 울렁여 보았으면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일 산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은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詩와 글 2015.03.14
박병금 -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3월 그리고 봄비, 허수아비 ※. 위 그림 작품은 화가 서화님의 허락하에 사용함을 알립니다.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박병금 연둣빛 환생을 꿈꾸는 삼월은 참나무 삭정이도 입을 열게 한다 황사 바람 목을 죄어와도 이랑이랑 넘치는 햇살에 매화꽃 조근조근 말을 건네오면 산수유꽃 기다렸다는 듯 노란 수술 터뜨리며 향긋한 소리로 화답한다 웃자란 억새 사이 연분홍 진달래 슬며시 고개 내밀면 춘심에 물오른 아낙네 도시락 싸들고 오르는 길섶마다 하얀 조팝나무꽃 사방에서 수런거린다 내 혈관 우듬지마다 환장하게 봄물 출렁거리는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 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 3월, 그리고 봄비 박병금 수직으로 내려긋는 저 씨줄 씨줄을 조용히 날줄로 받아내는 시속 200km 고속열차의 유리창에 꼬리 달린 올챙이가 .. 詩와 글 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