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률 - 찬란, 절연, 그런 시간 찬란 이 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 詩와 글 2014.04.02
오 세영 - 봄, 상춘, 별 밭, 여울목, 파도소리, 봄 오 세영 봄은성숙해 가는 소녀의 눈빛 속으로 온다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봄은피곤에 지친 춘향이낮잠을 든 사이에 온다눈 뜬 저 우수의 이마와그 아래 부서지는 푸른 해안선봄은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그 황홀한 붕괴, 설레는 침몰황혼의 깊은 뜨락.. 詩와 글 2014.03.27
이 수복 - 봄비, 모란송, 동백꽃 봄비 이 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 詩와 글 2014.03.09
윤 동주 -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 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詩와 글 2014.01.01
이 해인 -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이 해인 빨강 -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있는 모든 것을 사랑 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 그 타오.. 詩와 글 2014.01.01
피 천득 - 이 순간, 단풍 이 순간 피 천 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 詩와 글 2013.11.10
이 생진 - 섬 묘지, 고향친구 섬 묘지 이 생진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그리운 .. 詩와 글 2013.07.22
이 영균-꽃비를 맞으며, 권경업-산벚꽃 그늘아래, 나 태주-벚꽃이 훌훌, 김 승동-벚꽃 지는 날에 . 꽃비를 맞으며 이 영균 저 꽃양산 누굴 위해 저리 활짝 펴들고 섰을까 하염없이 꽃잎 뿌리며 봄볕에 말 붙여 오는 벚나무 저 곤한 발자국들 그 까뭇한 속 활짝 펴지도록 다가가서 하얀 꽃양산 곱게 씌워주렴 산벚꽃 그늘 아래(취밭목) 권 경업 저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지만 실은, 너에게.. 詩와 글 2013.04.26
유 안진 - 멀리 있기,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워, 산 길 . .. 멀리 있기 유 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 되게 하여요 살아.. 詩와 글 2013.04.20
이 기철 - 가장 위대한 시간 오늘, 들판은 시집이다 가장 위대한 시간 오늘 이 기철 아침이 제 손수레에 어제의 헌옷을 담을 때 평화주의자인 나무들의 머리카락 위로 오늘이 온다 희망이라는 말에도 집들은 펄럭이지 않고 푸른 나무들의 잎이 손 흔든다 사랑하라 말 할 때의 둥근 입술처럼 하루의 손이 큰 수레에 오늘을 싣고 온다 그 나무.. 詩와 글 2013.03.06